1. 정진곶감 깎을 철이 되어 덕장에 쌓아둔 감 박스를 내리는데 박스 안에 야생벌 세 마리가 꼼짝도 않고 붙어있다. 나는 ‘이것들이 여기서 뭘 하는 거지?’ 하며 탁탁 털어 냈다. 거실 창에는 이름 모를 벌레 한 마리가 꼼짝도 않고 붙어있다. ‘이것이 여기서 뭘하는 거지?’ 했는데 며칠째 움직임이 없어 죽은 건..
나는 얼른 그것을 던져보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다. 요즘 말폭탄으로 재미 톡톡히 보고 있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도 아마 이런 심경이었을 것이다. 나는 정말 궁금했다. 내가 물폭탄을 던지면 사랑이랑 오디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대했던 대로 깜짝 놀라 낯선 사람을 향해 짖기를 멈추고 개집 안으로 얌전히 ..
뉴스를 보니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도시에는 쓰레기가 넘쳐났다고 한다. 이건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과소비의 필연적인 결과로 발생하는 쓰레기 외 명절 선물로 친지간에 주고받는 상품 포장지도 사태악화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는데,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만 잘 분리해서 버려도 쓰레기양이 반에 ..
풀, 풀, 풀을 베고 있다. 그제는 선산에 벌초를 했고, 어제는 감나무 밭에 풀을 베었고, 오늘은 마을 길 풀을 베었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는데, 풀이 무성한 채로 조상님께 절을 할 수가 없고, 수렵채취 하듯 잡초 속에서 감을 수확할 수는 없다. 고향을 찾아오는 귀성객을 무성한 풀과 함께 맞을 수도 없다. 풀을 베..
한 해를 기다리게 하는 꽃이 있다. 금목서. 지난 해 가을비에 아쉽게 이별한 뒤 나는 이 꽃을 365일 기다렸다. 물론 나는 봄이 되면 모란 작약을 기다리고 장미가 피기를 기다린다. 여름이면 부용을 기다리고 가을 국화가 언제 피나 눈여겨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때가 되어 기다리게 되는 것들이고, 내가 금목서 ..
구월, 아침 마당에 향기가 난다. 어디서 나는 거지? 진하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이 향기가 어디서 나는 건지 궁금하다. 이맘 때 금목서가 피었던가? 은연중에 금목서 꽃을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하마 피었을까 싶어 살펴보니 좁쌀만한 꽃봉오리가 잎 겨드랑이를 간질이고 있다. 아니다. 금목서는 아니다. 꽃이 ..
유감스럽게도 한오정은 낙성 5년만에 홍수에 떠내려가 버렸다. 청기와를 얹은 3칸짜리 당당한 한오정 낙성을 계기로 한오대 계는 반석에 올라섰는데 홍수로 떠내려가는 변고를 당한 것이다. 정자의 명운이 한오대 계의 상징 인물인 한남군처럼 단명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당시 엄천강에서 가장 ..
내가 살고 있는 휴천 운서마을의 모씨댁 장롱 속에 잠자고 있던 고서 ‘한오대 계안’을 얼마 전에 소개한 적이 있다. 모두 한문으로 되어있어 한문만 보면 머리가 아픈 나로서는 이러이러한 서책이 있더라는 정도로만 언급하고 말았는데, 이것을 재야 한학자 이재구 선생이 시원하게 국역을 해주어 흥미로운 사실이 ..
7월 넷째 휴일 대서, ‘폭염이니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가 떴다. 탐구산행은 그날 아침 7시에 시작되었다. 폭염이라 야외활동을 일찍 시작한 것인데, 유두류록에 나오는 점필재 김종직의 첫날 숙박지인 고열암까지 답사를 목표로 하고 류정자 선생을 대장으로 한 탐구 산행 팀 4명이 배낭을 메었다. 아침 ..
지금으로부터 550년 전 점필재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재직할 때 지리산을 유람하고 ‘유두류록’이라는 명품 산행기를 남겼다. 김종직은 불혹의 나이에 함양군수가 된 뒤 관내에 있는 지리산을 유람하고 싶어 했으나, 가뭄과 민생 업무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2년 후 중추(仲秋)에 기회가 생겨 4박5일로..
감나무 밭에 약을 치려고 꼭두새벽에 일어났다. 요즘 날씨가 장난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 일을 하려는 거다. 유월 초순 감꽃 떨어질 무렵 1차 방제를 하고, 이어지는 가뭄을 핑계로 2차 방제를 미루고 있다가 장맛비가 또 이어지는 바람에 한 달이 넘도록 하지 못했다. 습한 장마에 병충해가 많이 생겼을 텐..
하동 의신마을에 공기 공장이 생겨 지리산 공기를 캔에 담아 판다고 한다. 가격은 한 캔에 15,000원 정도로 이번 달부터 상품 출시할 거라는데, 이거 정말 천하의 봉이 김선달이가 땅 속에서 무릎을 칠 일이다. 세상에 물도 아니고 공기를 팔아먹다니... 누가 공기를 사서 먹는다는 말인가? 도대체 공기를 사서 먹는 ..
정유년 초복에 운서마을 사람들이 엄천강 제방 둑에서 대청소를 했다. 조금이라도 덜 더울 때 하느라 꼭두새벽에 새벽잠을 설치며 나와, 나이 드신 분들은 낫으로, 장년층은 예초기로 강둑에서 풀을 베고 쓰레기도 주웠다. 내가 사는 운서마을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이번에 방송을 탄 엄천강의 열..
여름이 여름이 아니다. 여름이 여름이지 왜 여름이 아니냐고? 여름이 옛날 여름이 아니라는 말이다. 옛날에는 아무리 더운 한 여름도 이정도로 덥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나마 덜 덥다는 산골짝 집도 이제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여름나기가 힘들게 되었다. 옛날이라 했지만 그 옛날이 수백 년 전도 아니고 수..
얼마 전에 다녀간 사촌 누님이 전기 모기채를 보내왔다. 모기가 별로 없는 대도시 아파트 사는 띠동갑 누님이 시골에서 모기에게 뜯기고 사는 동생이 불쌍해 보였던지 모기가 손쉽게 잘 잡힌다는 전기 모기채를 구해 보내준 것이다. 나도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장난감 같은 거라고만 생각하고 ..
사랑이가 강아지 다섯 마리를 출산한 지 두 달이 되니 농부 신세가 참으로 처량하게 되었다. 시방 우리 집은 개판이다. 이 넘들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잠만 자는 아주 착한 강쥐들인 줄 알았다. 자는 넘들을 일부러 흔들어 깨워보고 싶을 정도로 젖먹고 잠자고 젖먹고 잠자는, 잠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착한 강..
펜션 보수공사하고 벽 한군데 도배할 곳이 생겨 지업사에 부탁했더니 재료비에 하루 일당을 쳐 달라한다. 농부가 하면야 하루가 걸리겠지만 전문가가 하면 넉넉잡아도 한 시간이면 될 일인데 에누리 없이 하루 일당을 쳐 달라하니 아무래도 억울해서 돈 아낀다고 직접 시공하려고 벽지, 풀, 붓, 틈새 바르는 네바리라..
광화문에서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위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물돌이 지형은 그 유명한 안동 하회마을의 풍경입니다.’ 라고 말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함양 장날에 장보러온 사람 아무나 붙잡고 ‘이 물돌이 지형은 함양 엄천강에 있는 풍경입니다.’라고 말하면 모두들 ‘엄천강에도 이런 곳이 ..
농사일 특히 밭일은 때가 있다. 제 때 해야지 미루었다가 뒤늦게 하려고 하면 일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날 수 있다. 또 너무 늦으면 완전 망칠 수도 있다. 어찌 밭농사만 그렇겠는가?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일이란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는 것이다. 나는 지난 삼월에 감나무 전정 작업을 했다. 처음 써보는 충전식 전..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고 있다. IT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다 보니 15년 전 귀농하고 아내가 만든 홈페이지가 이제는 천연기념물이 되어버렸다. 워낙 골동품이다 보니 사진을 등록하는 절차가 보통 번거로운 게 아니어서 지지난 해 강아지 출산스토리 올린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포스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홈..